한국은행은 우리나라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7번째 3만 달러 국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온 국민이 환호하고 축배를 들어야할 이 경사스런 소식에 대다수 국민들이 시큰둥한 반응이다.

왜 그럴까?

부의 불평등만 확대하고 있는 이 3만 불 시대의 경제성장이 일반 국민들은 오히려 달갑지 않은 것이다. 한국의 3만 불 시대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작은 12%의 고용으로 국내 총부가가치의 56%를 가져가며 회사 유보금을 900조원까지 키우고 있다. 그렇지만,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에게는 변함없이 불평등을 강요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자본가는 각종 개발 사업과 이권에 참여해서 사업이익금의 70%를 투자란 명분으로 싹쓸이 하고 있다. 그 결과 자산이 1000억 원을 넘긴 자본가의 숫자가 수도권에만 3000명이 넘어서고 있고, 그중에 1000여 명의 개인 자산은 지난해에 3000 억 원을 넘어섰다는 OECD와 국세청의 발표가 서민들을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경제 현실은 하루가 다르게 부자는 갈수록 점점 더 부자가 되고 있고, 서민들은 이와 달리 더 가난해지는 승자독식의 경제시스템이 고착화 되고 있다. IMF 시절을 능가하는 내수부진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 떨어진 화려한 경제지표가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상대적 빈곤감을 키우면서 정신을 더욱 피폐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의 대다수인 서민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는 이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는 과연 어떻게 해야 치유가 가능한 것인가?

이 신자유주의는 70년대 오일 파동으로 발생된 스태그플래이션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본가들이 투자를 조건으로 시장에 터무니없는 고 이율과 고 배당을 요구하고 국가에는 시장의 개입을 최소화해서 소수의 자본가들이 회사에 대한 궁극적인 지배권을 요구하면서 태동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것을 바탕으로 기업의 모든 권리를 독점하며 그 자본으로 언론과 권력을 장악하면서 더욱더 확대 재생산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신자유주의는 한국에 들어와서는 최단시간에 비정규직 1천만과 자영업자 600백만 시대를 만들면서 대한민국을 돈만 있으면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재벌과 자본가의 천국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이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똑같은 시간에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도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을 받고 있어서 평균임금이 150만 원 대에 머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일자리의 88%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임금 수준도 대기업 정규직의 4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비정규직은 업무상 순직을 해도 기간제라는 이유로 정상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고, 중소기업 근로자는 일자리 유지를 위해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과연 이런 현실이 7번째 3만 달러를 달성한 인구 5,000만 명의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의로운 경제행위의 일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공정한 시장경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키스 페인은 신간 '부러진 사다리'에서 부와 지위의 불평등이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분석 결과는 “모든 악은 가난이 아니라 불평등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부와 지위가 낮게 느껴지는 불평등과 차별이 심해질 때 스스로의 장기 이익을 해치고 공동체를 위협하는 자멸적인 결정과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지고 있다. 한국은 이웃 일본 보다 소송이 무려 5.8배나 많고 특히 무고죄의 경우는 12.7배를 넘어서고 있다. 세계 최고의 두뇌와 문맹률을 자랑하는 이 나라의 실상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약육강식의 단면들이다. 이런 불평등이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7%로 끌어 내렸다. 미국의 2.9% 보다도 낮다. 더욱 충격적인 내용은 한국이 세계 경제 성장률(3.7%)에도 1%포인트가 떨어지며 나 홀로 추락하는 점이다.

지난 2012년 5월에 현대경제연구원은 '부패와 경제성장'이란 보고서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청렴도가 OECD의 평균만 유지해도 경제성장률이 4%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었다. 이처럼 불평등은 한국사회를 혼탁하게도 하지만, 경제성장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많은 서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출범한 촛불정부는 이 불평등을 바로잡는 경제체질개선을 서둘러 나라를 정상화해야 할 책무가 크다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불공정한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바로 잡을 생각은 아예 못하고 있는 것인가?

오늘의 양극화문제는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한다고 해도 어느 기간에 바로잡을 수 있을지 특정할 수가 없다. 더구나 사회적 자본이 매우 열악한 현재의 경제체질로는 백년하청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로봇활용율이 세계 최고인 대기업에게 정부가 서민일자리를 기대하는 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내수확장을 통한 수요증대로 위기에 내몰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돌보면서 이들과 함께 일자리와 경제체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이 근본적인 문제를 뒤로하고 최저임금과 52시간에만 매달리면서 내수가 더욱 침체되어 점점 사면초가의 길로 빠져들었던 것이다. 만약 지금처럼 수술시기를 놓칠 경우 결국 재벌기업 계열사가 아닌 일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내수부진으로 줄도산을 피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들이 도산하게 되면 비정규직만으로는 재벌공화국을 유지할 수도 없게 되고 결국 비정규직과 실직자들은 노란 쪼기를 입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학자들이 내수확장과 경제체질개선에 정부가 실용적으로 대비하라는 충정어린 고언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경제체질개선과 양극화 해소에 가장 효용성이 높은 사회적기업의 확대와 이들을 통한 내수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늦게나마 정부가 사회적자본의 빈곤을 인식하고 예타 면제를 통해서 내수확장과 사회적 자본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24조원에 이르는 이 사회적 자본이 눈 먼 돈이 되거나 4대강의 되풀이가 되지 않도록 정부는 효과적으로 관리할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번기회에는 건실한 사회적 기업을 먼저 만들어서 이들에게 사회적 자본의 관리를 맡겨야 한다. 이 사회적 자본의 관리와 확장은 철밥통인 공무원이나 공기업에게 맡기는 것은 효용성이 매우 떨어진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사회적 기업에게 맡기고 있다.

이 '사회적 기업'은 경제체질개선에 가장 효과가 높고 서민들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가 있다. 우리는 이미 2011년에 유엔의 권고를 받아들여 신세대 협동조합기업을 만드는 법안을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마련했다. 그러나 전 정권의 오랜 기간 홀대로 장롱속의 법안이 되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정부는 “사회적 기업 만들기”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는 대기업에게 특혜를 준다는 오해의 소지와 노동자들의 경영참여를 유도하는 출자지원이 빠져있다. 그러므로 이점을 보완한 4차 산업시대의 사업을 접목하는 것과 노동자가 기업경영에 참여하며 애사심을 고취하도록 노동자의 출자를 정부가 보증으로 지원하면 신세대 형 '사회적 기업 만들기'는 가능하다.

이 '사회적 기업 만들기'는 현존하는 무늬만 협동조합인 법인체가 아니라 4차 산업의 신기술을 토대로 종업원들이 감독이사(이사정수의 30-50%)가 되어 회사경영에 참여하는 독일 대기업형태의 정관을 따르는 신세대 협동조합기업을 만들어야 투명성과 공익성을 확보할 수가 있다. 이 토대위에 정부와 노동자, 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기업을 운영하면 공익성과 효율성을 모두 높일 수가 있다.

지금 우리의 경제현실은 고착화된 불공정으로 인해 정부가 이렇게 시장에 직접참여 하지 않으면, 시장 스스로는 정상적인 경제체질을 회복할 수가 없는 선순환 불능의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갈수록 악화되는 가계소득과 늘어나는 실업자, 꺼져가는 경제지표가 이것을 증거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내수확장을 통한 경제체질개선에 정권의 운명을 걸고 새로운 경제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고 사면초가에 몰려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도 90년대 초반에 클린턴정부가 진행한 미국의 '사회적 기업 만들기'처럼 일자리 특별보증제도의 확대 개편을 통해서 생산성증대와 공동경영을 늘려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 이런 전 방위적이고 집중적인 노력이 동원되어야만, 침체에 빠진 내수를 살리면서 고착화된 불평등과 경제체질을 개선할 수가 있게 될 것이다.

2019년 2월 25일

한국창업정책연구원 부원장 이 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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